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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감사, 행복)

압구정 프라이탁 방문기(실제상황)

by 웜슈트 2024. 9. 26.

한국에 프라이탁 매장이 별로 없다. 

서울에 정확히 몇 곳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압구정, 청담 홍대 서울에는 이 정도 있는 것 같다. 

논현에 일이 있어 간 김에, 최근에 사고 싶은 프라이탁 지갑을 보러 갔다.

논현에서 압구정까지는 꽤 거리가 되지만,

걷기를 사랑하는 나에겐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근데 언덕이 꽤나 많았다. 강남인데 또 이런 길은 처음이다.


걸으면 좋은 점이 동네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떠한 가게들이 있는지, 대체로 건물 느낌은 어떤지

천천히 순간순간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나를 걷게 만든다.

이 동네는 확실히 좋은 차, 좋은 샵, 이쁜 건물이 많다.
차들을 보며, 나도 가지고 싶다는 생각,
저 차를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까..
나도 저 차를 타고 이 빌딩에 출근했으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냥 그렇다고 ㅎㅎ
 
드디어 매장에 도착. 깔끔했다.
프라이탁 고유의 냄새도 난다.
그리고 한 쪽에서는 수선 소리가 들린다.

프라이탁은 산지 2년 동안 사용하다가
박음질이나, 형태, 모양의 문제가 생기면 수선을 해준다.

단, 구매 당시 영수증이 있어야 한다.
꼭 실물 영수증이 아니어도 사진만 있어도 해준다.

그래서 나도 제품 구매와 동시에 영수증을 사진으로 찍었다. 직원도 찍으라 말해준다 ㅎ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을 둘러봤다. 나는 지갑을 사러 왔다.
왜냐, 술먹고 놀다가 잃어버렸다. 젠장.
선물 받은 카드지갑, 잘 쓰고 있었는데.. 왠지 오래 사용한다 싶었다. 

 

프라이탁은 버려진 천막, 방수포 등을 재활용해 제품을 만든다.
똑같은 제품이 없다.
하나하나 사람이 손으로 직접 만든다.
온라인으로 보고 구매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가서 색상을 보고, 마감이 잘되었는지,
크기는 어떤지 확인해 보고 사는게 나은 것 같다. 제품 특성상 ㅎㅎ 
 
처음에 온라인으로 보고 주문하려했다.
막상 와보니, 사진으로 보던 느낌과는 약간 달랐다.
실물이 주는 느낌은 달랐다.
지갑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비교해보고, 만져보고, 기능을 보았다.
와서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온라인에서 F54 BRANDON이란 라인과
F280 LAZARUS 라인 중 뭘 살지 고민했다.
와서 보니, F280 LAZARUS는 조금 얇았고,
카드도 한 3~4개 정도 들어갈 수 있었다.
현금 같은 다른 것을 넣기에는 조금 크기가 작았다.
그에 비해  F54 BRANDON은 약간 두툼하며, 카드도 꽤 많이 넣을 수 있었다.
지갑 뒤편에 카드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사용하는데 더 편리할 것으로 생각했다.
자주사용하는 카드는 빨리 꺼내야 하는게 국룰이지 않은가. 
근데 복병이 있었다. F257 SUTTON이란 녀석이다.
크기는 BRANDON보다 조금컸고 모양은 정사각형이다.
이 녀석한테 매력을 느낀 부분은 똑딱이 단추가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갑엔 단추가 잘 없다.
근데 이 프라이탁은 소재가 약간 흐물거린다.
단추가 왠지 있어야만 내 카드와 현금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단추가 있는 SUTTON에 끌렸다.
근데 크기가 문제다.
주머니에 넣으면, 네모난 지갑의 형태가 너무도 잘 보일 것 같은 크기다.
가지고 다니기 불편할 것 같다...
나는 미니멀을 좋아한다. 단순한 걸 좋아한다.

 

SUTTON을 열었다 닫았다, BRANDON을 열었다 닫았다를 열번 씩 반복했다.

중간에 직원 눈치도 쓱 한 번 보면서 ㅎㅎ  
즐거운 선택의 고통을 느낀다. 

결정은 BRANDON
실용적인 부분을 우선으로 생각했다. 
왜 나는 지갑 브랜드로 프라이탁으로 골랐는가 ㅎㅎ 
첫째로, 나는 남들이 사는 것을 사기 싫어한다.
어렸을때, 중,고등학교 시절 떄는 유행에 맞춰 옷 사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은데..
크면서는 내가 보기에 이쁜 상품, 질이 좋은 상품,
나에게 꼭 필요한 좋은 상품들을 구매한다.
나름대로 자아란게 생겼나 보다. 프라이탁에는 똑같은 제품은 없다. 
 
둘째, 방수포 떄문이다.
실용적인걸 좋아한다 했다.
비에 젖어도, 아무대나 막 던져도 왠지 이 재질은 잘 손상되지 않을 것 같다.
평생 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트럭에 방수포를 떠올려 보자.
거친 아저씨들이 다뤄도 짱짱하다.
세월이 흘러 변형되거나 색깔이 바래도, 그 나름대로 느낌이 있다.
나는 이런 걸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디자인이 이쁘고 가격이 합리적이다.
일단 기존의 지갑의 형태는 아니다. 새롭다. 재밌다.
프라이탁엔 기존 반지갑의 형태도 있다. 근데 나는 그거 안 산다.
너무 커 반지갑. 현대와 맞지 않아.
나에겐 필요한 카드 한, 두장. 약간의 현금. 신분증 정도만 필요하다.
브랜든의 가격은 82000원이다.
가격은 주관적인 것이니 ㅎㅎ 이정도면 나는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지갑을 보던 중,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그 사람들도 지갑 가격을 보며 “오 싼데?”라고 했다.
속으로 혼자 동질감 느끼며, 웃었다.
 
지금 새로산 BRANDON을 약 2주째 쓰고 있다.
흐물거려 열릴것 같은 우려가 있었던 초반과 달리,
주머니에 넣고 다니니 길이 잡히는 듯하다.
야구글러브에 길이 잡히듯 말이다.
지갑 가운데에 많이 넣지 않으면, 입을 잘 다물고 있다.
가끔 선이어폰을 지갑 중간에 넣는데,
그건 잘 버텨주지 못하고 입을 벌린다.
못봐줄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책상에 올려 놓았을 때, 그 이쁜 지갑의 형태가 있지 않은가 ㅎㅎ
나는 그런 걸 좋아한다.
 
지갑을 사고, 사람들과 약속이 있을 때 지갑을 꺼내 놓는다.
지갑 샀어. 내 지갑에 관심 좀 가지고, 나에게도 관심 좀 가져줘 하는 마음도 있고,
주머니에 넣어두면 앉아 있을 때 불편하기 떄문이기도 하다.
근데 최근에는 전자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근데 아직까지 아무도 얘기한 적이 없다.
뭔가 아쉽지만, 크게 상관쓰지 않는다  
내가 사고 싶은 걸 샀으니. 그걸로 행복하고 감사하다. 
 
내 인생의 반려지갑이 되길. 프라이탁.
잘 부탁한다. 
잃어버리지 말자. 제발. 
지갑엔 발이 있는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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