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의 목적은 불륜인가?

요새 산 타는 취미가 있다.
본래 걷는 걸 좋아한다.
약간 더 힘든 운동을 찾다보니 산을 택했다.
산이 좋아서 친구들과 산악회를 만들었다.
산악회 이름은 ‘함께가용 올라가용’
‘용용선생’에 모여 만든 거여서 저따구다.
산악회를 만들어보자 할 때 친구들은 나를 보고 씩 웃었다.
‘목적’이 뭐냐고 물어보더라.
‘등산의 목적’이란 불륜 영화가 있다.
대충 내용을 알고 있어 그걸 말하는 것이라 재빨리 눈치챘다.
산이 무슨 헌팅포차, 클럽인가.

산을 오르는 동안 나는 아무생각이 안든다.
한 발 한 발 집중하다보면 걱정, 불안은 없다.
산은 좋은 풍경을 준다.
정상에 오르면 성취감을 준다.
푸릇한 생명력을 준다.
건강을 준다.
내 등산의 목적이다.
산은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정상에 가고 싶다.
삶에선 끝까지 뭔가를 한다는 게 참 어려운데...
산은 쉬었다 가고, 중간에 물도 좀 먹으면서 가면
끝까지 갈만하다. 대신 갈 수 있단 믿음이 있어야 한다.
한 발 한 발 집중하면 어느덧 정상이다.
그렇다고 정상에 꼭 가야하는 건 아니다.
간 것만으로 이전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했다.
충분히 잘했다.
하루가 시작하면, 우리는 산 밑에 선다.
그리고 누구는 정상, 누구는 3분의 1지점, 누구는 5분의 1지점에 있다.
정상에 갔는데, 자기는 3분의 1에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자의든, 타의든 그래도 인생이란 산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지점이든 조금이라도 앞으로 간 우리를 사랑하고, 칭찬해주자.
오늘도 충분히 잘했다 00아.
밑에서 출발도 안 한 사람은 믿음을 갔고, 첫 발을 딛어보자.
생각보다 멀리갈 수도 있다.
일단 출발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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